풍선으로 만든 강아지 땡땡이 점이 꽉 찬 호박 특별히 없어 보이지만 두 오브제는 현대미술시장의 대표작이다.
각각 두 작품을 탄생시킨 것은 현대 미술계의 슈퍼스타 제프 쿤스와 야요이 구사마.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사로잡은 두 아티스트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존의 문법에서 벗어나 셀프 마케팅이다.
이미지 1. ‘키치의 제왕’ 제프 쿤스와 그의 대표작 <Balloon Dog> (출처: Art & Crafter) 이미지 2. 평생을 앓아온 환각을 물방울 모양의 작품으로 승화시킨 들 이쿠마 (출처: Time Out) 예술을 입은 진짜 사업가 제프 쿤즈 “현존하는 가장 높은 작가” 뉴욕 현대미술관 멤버십 데스크를 거쳐 월가의 금융상품 중개인까지 작업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일한 경험은 제프 쿤스에게 마케터로서의 관점을 줬다.
게다가 판매율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연구한 마케팅 전략은 오늘날의 작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미지 3. 조수들이 제작중인 제프 쿤즈의 <Hulk Elvis Modern> (2007-2013) (출처: Art Daily) 이미지 4. 2017년 루이비통X 제프 쿤즈 콜라보레이션 기념 화보 (출처: Elle) 깔끔한 정장차림에 밝은 미소, 외적으로도 비즈니스맨에 가까운 제프 쿤즈는 작업방법도 작업방법과 같다.
작업실 대신 회사를 만들어 100명 이상의 ‘사원’을 채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쿤스 본인은 아이디어를 내고 전체 방향을 지휘할 뿐 실질적인 제작은 모두 스태프의 손으로 이뤄진다.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한 경우 아예 외주를 주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작품 중 1호 작품은 반드시 유명 미술관이나 수집가에 판매하는 게 제프 쿤스의 전략이다.
한 미술관/컬렉터가 구입한 작품이라는 수식어 하나로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이즈 마케팅도 서슴지 않지만 1999년 크리스티 경매에 <핑크 팬더>라는 작품이 나왔을 때 쿤스는 기자들 앞에서 사실 이 작품은 마스터베이션에 대한 은유라고 은밀히 언급한 적이 있다.
발언이 알려지자 <핑크 팬더>에 대한 관심은 높아만졌고 작품은 약 20억원에 낙찰되었다.
당시 제프 쿤스의 최고 기록보다 4배나 높은 가격이었다.
이 밖에도 제프 쿤스는 자신의 사생활을 소재로 한 작품을 발표하거나 예술가로서는 드물게 사인회를 여는 등 논란과 관심의 대상이 돼 왔다.
그동안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마케터로 바라보는 시선에 불만을 표시했지만 그가 마케팅 수완이 뛰어나다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는 모양이다.
셀프 마케팅의 달인 야요이 구사마 1957년, 28세의 야요이 구사마는 일본을 떠나 뉴욕으로 향한다.
평생 겪었던 억압에서 벗어나 더 큰 세상에서 예술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그곳은 철저히 백인 남성 중심의 예술계였고 동양 여성 초간은 매순간 편견에 맞서야 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저항 방식으로 택한 거리 퍼포먼스가 그대로 셀프 마케팅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미지 5. 언제나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시선을 사로잡은 쿠사마 야요이 (출처 : Harper’s BAZAAR HK) 이미지 6. 최초의 작품 상업화라고 평가받는 <나르시스 정원> (1966). 이를 계기로 쿠사마는 크게 주목받았다 (출처 : The West End Magazine). 야요이 쿠사마의 퍼포먼스도 강렬했다.
대낮 거리에서 벌거벗은 모델들에게 자신의 시그니처인 물방울 무늬를 새겨 주거나 물감을 뿌리는 방식이었다.
파격적인 비주얼에 성해방 인권평등 반전 등 당시 미국 사회 분위기와도 잘 맞는 주제를 다룬 퍼포먼스는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증권거래소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곧바로 이목을 집중시켜 초간 해프닝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그때마다 유명세를 밀어줄 뿐이었다.
절정은 1966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였다.
초대받지 않은 행사에 황금색 기모노를 입고 등장한 야요이구사마는 잔디밭에 1500개의 은색 공을 깔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2달러만 내면 은색 공에 당신의 허영심을 비춰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는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상품화한 최초의 사건으로 비엔날레 측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행사기간 내내 이어져 예술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야요이구사이의 이름이 대중과 예술계 양쪽에 뚜렷이 새겨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앤디 워홀 등 남성 아티스트에게 아이디어를 표절당하고도 그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야요이 구사마는 이후 뉴욕에서 열린 회고전을 계기로 화려하게 재도약했다.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여 ‘명품이 사랑하는 최고의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을 뿐만 아니라, 본인 이름으로 패션 브랜드를 만들었으며, 현재 91세의 나이로 동양 여성 아티스트로서 유례없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새로운 마케팅, 새로운 접근법=제프 쿤스와 야요이 구사마는 21세기형 셀프 마케팅으로 대중적 명성까지 사로잡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두 작가의 작품은 현재 대중이 소유할 수 없는 예술품의 대표주자가 됐다.
각각 생존 작가 중 최고 경매가와 역대 여성 아티스트 경매 낙찰가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작가들이 스스로를 홍보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고민했다면 최근 미술시장에서는 이 같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미술투자 플랫폼 테사 TESSA의 경우 분할 소유권 판매로 미술투자의 진입 장벽을 낮춘 데 이어 최근 제프 쿤스의 신작 <Gazing Ball>을 오픈했다.
이어 3월 중 야요이구사마의 작품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누구나 예술작품을 직접 소유하고 경험적 가치와 투자적 가치를 모두 누릴 수 있는 시대야말로 앞으로 미술시장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 아닐까.
*참고자료 최종훈, 서정현, <아티스트의 사고방식도>, 호메로스, 2016 <무한한한 세계를 그려내는 사람 – 쿠사마 야요이: 무한한 세계>, 아트 인사이트
필자(주)테서브랜드 마케팅팀 에디터 정하영 정리 인터비즈 콘텐츠팀 [email protected]
㈜테사TESSA(www.tessa.art)는 미술시장 전문 분석자료를 바탕으로 블루칩 작가의 미술품을 엄선하여 소유권을 소액 분할하여 안정적인 미술품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술계 슈퍼스타들은 왜 ‘약국’을 열었을까 – ‘예술은 너무 고상하다’? ●앤디 워홀은 어떻게 예술을 비즈니스로 만들었을까?
-컬렉터가 만든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이 공간!
-블루칩아트가 최근 블루칩으로 각광받는 이유, 만지면 올라간다!
-미술투자시장의 거물 슈퍼딜러는 어떤 작가에게 투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