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5일 김지윤 기자 “비트코인이 끝나는 건가요?”구글 양자우위 논문 세 가지 반응은?23일(현지 시간) 공개된 구글의 논문 양자우위(Quantum supremacy)는 전 세계 암호자산 투자자들을 긴장시켰다.
세계적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 내용에 따르면 구글은 자체 개발한 54큐빗 시큐리티 프로세서(Sycamore)가 기존 컴퓨터로는 소화하기 어려운 계산을 단시간에 해냈다고 주장했다.
구글형 독자개발 양자프로세서를 이용하면 슈퍼컴퓨터가 1만년 동안 해제해야 하는 연산을 200초 만에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큐비트는 양자정보의 기본단위로서 기존 0과 1을 기본으로 하는 데이터 단위인 비트를 확장한 개념이다.
양자역학적으로 두 개의 상태가 겹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양자컴퓨터는 기존에 실시하기 어렵고 또는 불가능한 연산 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즉 구글은 논문을 통해 기존 컴퓨터가 2만 년 가까이 쏟아 부어야 할 계산 능력을 200초로 만들어 우위를 점하는 양자 컴퓨터 처리장치(프로세서)를 개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신약 개발 등에 한발 다가섰다며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에 버금가는 성과”로 평가된 이유이기도 하다.
사이코모칩의 모습.(화상출처:네이처) 하지만 구글 논문이 공개된 뒤 한국 시간 24일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락했다.
5개월 반 만의 최저치인 7400달러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이날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의 이번 발표가 비트코인 보안성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격 급락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양자 컴퓨터는 블록체인을 위협하는 존재로 평가돼 왔다.
기존 슈퍼컴퓨터 못지않은 연산능력이 공개 암호키 기반의 블록체인 보안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암호화 기술을 통해 여러 관리자가 공동 관리하는 거래 장부도 양자 컴퓨터 앞에서는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결국 비트코인 매도로 이어진 셈이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구글의 이번 논문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양자컴퓨터 연구가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면 현대 암호학의 근간이 확실히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특히 암호학에 뿌리를 둔 비트코인은 법적 책임 주체가 존재하는 금융시스템보다 더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구글의 발표에 반기를 든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번 결과가 양자 우위에 부합하는 연구인지 엄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상용화 단계의 양자컴퓨터를 다루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한편으로는 한국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이 기술에 발맞춰 양자 암호학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자는 제안이 이어졌다.
(양자컴퓨팅 입문자를 위한 테드 강연 영상.) “현대 암호학에 기초한 블록체인에 큰 도전” 우선 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에 큰 도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여러 관리자가 하나의 공통 거래 장부를 공유하면서 관리하는 형태인데, 이들은 규칙에 따라 주기적으로 전체 거래 내역을 정리해야 한다.
이 규칙의 종류에 따라 ‘다른 합의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고 간주한다.
예를 들어 매 주기마다 임의의 수를 먼저 찾아내는 관리자가 마감 작업에 대한 보상으로 새 비트코인을 받는 방식이다.
각종 숫자를 대입해 가장 먼저 임의의 정답을 찾으려면 대규모 계산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컴퓨터 자원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트코인 합의구조를 작업증명(PoW)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비슷한 성능의 컴퓨터를 재료로 해 경쟁하는 이 게임에서 양자 컴퓨터는 소인국의 걸리버처럼 판을 흔들 수 있다.
프리랜서 블록체인 개발자 홍석현 씨는 현대 컴퓨터의 구조상 길지 않은 시간(다항 시간) 내에 암호를 풀 수 있는 알고리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블록체인이)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라며 구글이 일반화된 알고리즘에 대해 양자우위를 달성한 것이 사실이라면 현재 블록체인에 사용되고 있는 암호화 알고리즘은 양자 컴퓨터에서 다항 시간 내에 높은 확률로 풀 수 있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블록체인의 정석> 맹윤호 저자도 “가만히 있으면 당연히 (보안이) 뚫리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특히 PoW 기반의 블록체인은 불안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록체인 기술연구소 ‘dsrvlabs’의 김지윤 대표는 “모든 블록체인이 양자저항을 포함하도록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여기서 거래되는) 가치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 개발자는 “한쪽 암호화에 의존하는 PoW의 경우 양자 저항 알고리즘이 실제 테스트 및 구현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하드포크(체인 분리)를 해도 과거 블록이 모두 취약해졌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하겠지만 사용자들이 일일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산을 옮겨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작년 9월, <마스터링 비트코인>의 저자 안드레아스 안토노프로스의 강연 양자 컴퓨팅이 비트코인에게 위협이 되는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입양아’ 뭐라고? “컴퓨터도 ‘우위’도 2% 부족하다” 일부에선 구글의 이번 발표를 두고 “양자컴퓨터의 도래”라고 단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리크 부테린은 트위터를 통해 “양자 우위와 실제 양자 컴퓨터는 수소폭탄 및 핵융합 관계와 같다”며 “양자 우위 검증과 양자 컴퓨터가 완성돼 상용화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언급했다.
구글 논문이 발표되기 이틀 전 IBM도 공식 입장을 통해 “구글이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린다고 설명한 연산 작업은 실제로는 2.5일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연산 작업의 난이도를 과대평가했다”고 비판했다.
2012년 이론물리학자 존 프레스킬이 처음 제안한 개념인 양자우위는 현존하는 가장 효율적인 환경에서 슈퍼컴퓨터를 구동했음에도 달성하기 어려운 계산작업을 양자컴퓨팅을 통해 했을 때 거론할 만한 평가라고 한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플랫폼 그루와 오태림 대표도 양자 컴퓨팅을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실용적인 양자컴퓨터를 만들기 위한 필요기술의 일부를 구현한 것과 전체를 완성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원천기술은 점차 발전하기 때문에 업계 전반이 대비할 시간도 없어 제품부터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블록체인 업계의 개발자는 특정 문제에 대해서만 양자 우위를 증명했다는 것인지,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범용 컴퓨터인지 여부가 더 중요할 것이라며 후자의 경우 이론적으로 현존하는 암호화 시스템을 모두 깰 수 있다는 의미에서 (구글의 발표는) 전자에 가까운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구글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양자컴퓨팅 기술을 이런 목적으로 악용할 유인도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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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적 장치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블록체인의 특성상 양자 컴퓨터의 발전 방향을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6월 한국을 방문한 IBM의 양자 컴퓨터 ‘IBM Q’의 모습.영상 출처 : 매일경제) “걱정되는 시간에 ‘양자암호학’을 연마하자”는 양자 컴퓨터에 대응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창이 방패와 함께 존재하듯, 혹은 공격기술이 방어기술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자컴퓨터에 저항할 수 있는 양자암호학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갈고 닦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미 구글의 논문으로 인해 업계에서는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단순히 이번 화두는 블록체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블록체인에 쓰이는 암호화 알고리즘뿐 아니라 현대 암호학 전체에 양자컴퓨터가 큰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암호학이 사회적으로 신뢰를 보장하는 역할을 했다”며 “이것이 해제되는 순간 공인인증서도 무효화되기 때문에 혼란이 일어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공개열쇠-암호열쇠 서명, 단방향 암호화 함수(해시함수)는 단순히 블록체인 산업에서만 사용되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홍 개발자도 현대 암호학의 모든 근간이 붕괴되는 시점이 생각보다 빨리 온다며 양자 컴퓨터는 단순히 성능이 빨라지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종류의 확률 모델을 기반으로 한 양자 알고리즘을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암호화 알고리즘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맹 저자는 “블록체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생긴 상황에 맞게 양자암호학 분야도 발전할지 귀추에 주목해야 한다”며 “연구자 입장에서는 논문으로 연구할 주제가 늘어나 재미있다”고 평했다.
홍 개발자는 현재 양자 저항성을 갖는 암호화 알고리즘(PQC)에 대한 연구가 미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양자 컴퓨터 기반 연구를 수행하는 구글, IBM 등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양자 암호학의 경우 양자 컴퓨터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개발 진입 장벽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중심으로 진행되는 해당 연구가 보다 투명하게 제공돼 특정 주체가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양자컴퓨터에 대한 고민을 먼저 시작하는 블록체인 업계가 양자암호학 분야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는 기대다.
실제로 dsrvlabs는 내부적으로 비트코인에 양자저항 서명기술을 적용하는 NAWA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NIST에서 복수의 수학자를 통해 양자저항성을 갖는 암호학 알고리즘 표준으로서 공표한 300안 중 2도의 검토를 거쳐, 현재 약 20안이 남아 있다.
그중 적절한 방안을 택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취지다.
암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이비드 채움 씨도 이달 블록임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35년 전 미국 버클리에서 메타데이터(metadata)를 보호하는 아이디어를 냈다며 암호학의 돌파구를 제시하는 익서 기술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맞게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플렉시스 플랫폼을 통해 미래의 사생활을 위해 크게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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